현장 반영 못하는 법 규정에… ‘소송 폭탄’ 시달리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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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천대교 작성일19-01-23 조회49회본문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A(54) 경위는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3년 전 주취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A 경위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70대 노인의 팔을 잠깐 잡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노인은 “A 경위한테 맞았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A 경위는 “한 번 법원에 다녀온 뒤로는 사건이 들어오면 소송 걱정부터 앞선다”고 털어놨다.
공무집행 과정에서 단순한 신체접촉 등을 이유로 형사고소는 물론 민사소송까지 당하는 경찰관이 비일비재하다.
정부가 공권력 강화를 내세우지만 현장의 경찰관은 마음 졸여가며 공무을 집행하고 있다.
경찰직무집행법에 신체적 손실에 대한 보상 규정이 없는 탓에 경찰관 개인이 변호사 선임비 등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최근 ‘광주 집단폭행 사건’ 등에서 드러난 현장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 더 빈번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소송을 당한 경찰관들은 법무팀 소송지원단을 통한 우회적 방식의 지원만 가능하다.
경찰직무법이 재산상 손실만 국가가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소송을 당한 경찰관은 우선 소송지원단에서 상담받은 뒤 경찰연합상조회 기금이나 경찰공제회 법률구조지원금, 경찰배상책임보험 등을 통해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국가 예산이 아니라 경찰관 모금으로 이뤄진 기금 등으로 지원하는 것일 뿐이다.
지원 기준도 무척 까다롭다.
특히 상조회 기금은 ‘정당한 업무집행’ 기준을 엄격히 해석하는 데다가 홍보도 잘 되어 있지 않아 지원 실적이 저조하다.
2013년 3건을 시작으로 지난해 34건까지 5년간 고작 79건을 지원했을 뿐이다.
한 해 평균 공무집행방해사건이 1만건 넘게 발생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미미한 숫자다.
공제회 지원금은 3심까지 승소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그때까지는 개인이 비용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이마저도 2010년부터 올해까지 총 31명만 지원을 받았다.
지난달 1일에야 배상보험이 도입되었고 업무집행 범위에 대한 해석도 이전보다 조금 더 넓어졌다.
지원금 액수도 소송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송지원단에 따르면 경찰 직무 관련 소송 청구액은 평균 963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상조회 기금은 심급별로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할 뿐이다.
공제회 지원금은 상한이 1000만원으로 평균 387만원씩 지급됐다.
배상보험은 소송 시 각 2000만원까지 지원하지만 평균 소송 청구액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국에서는 매년 공무집행방해사건이 평균 1만4212건이 발생한다.
소송으로 가면 법원은 공권력보다 시민의 피해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경찰관이 패소하는 일이 적지 않다.
경찰직무법을 고쳐서 경찰관들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가 신체적 피해까지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6개월째 낮잠만 자고 있다.
이건수 백석대 교수(경찰학)는 “경찰관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경찰직무법에 공무집행 도중 발생한 신체적 피해를 국고로 보상하는 규정이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도 “공권력 강화를 말로만 외치지 말고 적법한 공무집행은 국가가 나서 적극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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